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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또 선거판 기웃거리는 공무원들

이용성 정치부장 ylees@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4월 19일 20:39     발행일 2018년 04월 20일 금요일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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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6ㆍ4 지방선거(제2대) 때 도내 한 지방자치단체의 얘기다. 그 지역 출신 A 시장은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시정을 펼쳤다. 주민과 지역발전만을 생각하며 불도저식으로 행정을 이끌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공무원에겐 인기가 없었다.

저돌적 업무 스타일에 피로를 느낀 공무원들은 불만을 드러내며 시장을 안주 삼아 씹어댔고, 선거전 막판에는 상대방 후보를 응원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선거전 초기 크게 앞서던 A 시장이 나중엔 패배할 것이란 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다 선거일 며칠 전 상대후보인 B씨가 시청을 방문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시청사 건물 구석진 곳의 거미줄을 본 B 후보가 청소 상태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소문은 삽시간에 시청과 외부에 퍼졌고, “벌써 간섭하는 것을 보니 당선 이후 괴롭겠다” “어찌 됐건 구관이 명관이다”는 등의 소리가 나돌았다. 이 때문인지 선거 결과는 현직 A 시장이 90여 표 차로 가까스로 당선됐다. 단체장 선거에 공직사회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게 작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20년이 지났다. 6ㆍ13 지방선거(제7대)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선거 분위기도, 선거운동 방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공무원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경기도청 공무원은 1만2천여 명에 이르고, 31개 시ㆍ군 공무원까지 합하면 5만2천여 명이다. 이들의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고, 영향력은 더 클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 오고,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공직사회 줄서기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은근히, 때론 노골적으로 줄을 서고, 줄을 댄다. 한 지자체에선 공무원이 시장후보에 나서는 특정인을 돕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한 사례도 있다. 조만간 후보가 정해지면 공무원의 선거 개입이 더 노골화될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 국회의원이 밝힌 ‘공무원 선거법 위반행위 조치 현황’을 보면, 공무원 선거법 위반행위 건수는 2014년 제6대 지방선거 당시 206건이었다. 이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38건)의 5배, 제19대 대통령선거(17건)의 12배에 달한다. 공직사회의 선거 관여가 지방선거에서 더 두드러진다.

최근 지자체들이 ‘공직기강 100일 집중 감찰’ ‘공무원 엄정중립 결의대회’ ‘공직선거법 교육’ 등 공무원의 선거 불법 행태를 근절하고자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이런 행사와 교육을 한다는 건 공무원의 불ㆍ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안된다고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공무원 줄서기가 문제가 되니 고질병이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은 줄서기를 통해 승진 등 입신양명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는 행정의 불신을 초래하고, 선거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지방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없어져야 할 적폐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함께 중요한 건, 새로 취임하는 단체장의 마인드다.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이 선거 때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건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 태풍이 불기 때문이다.

어떤 지자체에선 ‘살생부’까지 나돌며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니 공직사회가 눈치 보고, 편 가르며 흙탕물이 되는 것이다. 표만 의식하는 단체장들이 공무원을 선거꾼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 현직 시장ㆍ군수의 재선, 3선 도전의 경우가 더 그렇기도 하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은 스스로 지켜야 하겠지만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의 자세나 의식 또한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이용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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