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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 기업시민과 노동시민이 완성할 ‘시민사회’

이원욱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4월 26일 21:23     발행일 2018년 04월 27일 금요일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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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중소기업을 운영한다. 그 친구가 사업하는 모습을 보면 산업 생태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 33.3%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부당한 납품단가 현실을 경험했다고 한다. 대부분 ‘을’은 별다른 대책 없이 불공정한 관행을 수용하게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납품단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부문이 노무비라는 사실이다. 결국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중소기업 노동자다. 대기업 노동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마저 깎이게 되는 구조다. 이것이 정상인가?

내 친구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가 받는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할 때 44.6%에 불과하다. 대기업 비정규직은 66.6%, 중소기업 정규직은 64.1%다. 내 친구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대기업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임금 구조의 끝단에 있다. 이게 정상인가?

우리 사회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정상적 갑을관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소득불평등 구조, 이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중소기업 일자리문제, 청년실업 문제, 빈곤문제, 그리고 사교육비, 자살문제 등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그늘에 비정상적 시스템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구축하고, 소득구조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회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기업시민이 돼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구호성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CSR, CSV 등 전담팀을 둬 운영하는 대기업의 경우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경문제, 시민권 보호 등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행위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에만 있는 재벌(Chaebol)과 갑질(Gapjil)이 곧 영어사전에 등재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을 정도다. 시민의 중요한 덕목인 ‘사회적 책임’을 아는 경영진이 기업을 운영해야 하며, 그 기업 자체가 기업시민이 돼 사회 발전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 현대 사회의 기업은 돈을 버는 데 있어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가 중요하다. ‘어떻게’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시민, 그들 스스로 그러한 기업시민이 되지 못한다면 법과 제도로 기업시민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시민의 결단도 필요하다. 양대 노총의 구호를 흔하게 접해온 터라 우리 시민들에게는 많은 노동자가 노조 조직원일 것이라는 착시 현상이 있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노조가 조직돼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노조 조직률은 10.3%, 중소기업 300인 미만 사업장은 15%, 100인 미만은 3.5%에 불과하다. 더 작은 중소기업일 경우에는 그 비중이 더 작을 것이며, 소상공인 기업에는 0%가 되지 않을까 추정한다.

노조는 사실상 조직원들이 낸 ‘돈’으로 운영되지만 이제 양대 노총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공기이며, 여론이며, 정의다. ‘이게 나라냐?’ 촛불을 들었던 노동자들은 공정의 가치를 부르짖지 않았는가. 필자는 이제 노조 역시 조직원들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닌 시민사회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 자신을 대변할 노조를 갖지 못한 노동자, 좋지 못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청년노동자, 막 노동시장에 뛰어든 경력단절 여성노동자, 이들의 이해와 요구에 공감하고 그들의 고통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시민과 노동시민이 리드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그려본다.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데 오직 자신의 능력만이 전부가 아니었으며, 다행히 운도 큰 몫 했을 것이라고 여기는 시민, 그래서 모두에게 감사할 줄 아는 시민,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고, 그들이 아파할 때 먼저 손 내밀어 연대할 수 있는 시민, 그런 시민들이 이끌어가는 시민사회를 그려본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은 그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도 존경받는 기업시민, 행복한 노동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원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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