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민통선 매몰'… 정식 절차 없이 말로만 추진 '논란'
사상 첫 '민통선 매몰'… 정식 절차 없이 말로만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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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출입 제한… 방역도 안보도 위험한 곳
군부대 부지는 사상 처음, 허술한 일처리 지적
연천 “국방부와 긴밀 협의… 승인 연락 받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돼지 매몰 작업에 나섰던 연천군이 민통선 내 매몰지를 7개월 뒤 ‘원상복구’해 군(軍)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본보 18일자 1면)에서, 당초 정부와 지자체가 문서합의 대신 구두협의로만 사안을 진행하는 등 허술한 일 처리를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도가 관리하고 있는 도내 가축 매몰지는 총 213곳으로 지역별로는 안성시ㆍ포천시ㆍ이천시에 밀집돼 있다. 이들 매몰지는 대부분 돼지ㆍ소ㆍ닭 등 가축농가의 사육부지나 퇴비장을 활용해 조성됐으며, 구제역 및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시 사용됐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ASF가 발병하기 전까진 ‘군부대 부지’가 매몰지로 이용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던 중 연천군은 지난 9일 사상 최초로 연천군 중면 마거리 소재 A 군부대 부지를, 특히 민통선 안 부지를 ‘매몰지’로 쓰게 됐다. 연천지역 내에도 가축 매몰지로 사용된 기존 농장들은 있었으나 과거 구제역 피해가 컸던 탓에 이번 매몰지로 사용하긴 어려운 실정이었다.

더욱이 ASF 바이러스는 돼지가 돼지에게 옮기는 특징을 갖고 있어 매몰이 시작되면 장차 재입식이 힘들 것 같다는 농가의 우려도 컸다. 예방 백신도, 치료 백신도 없는 ASF 바이러스는 땅 속에서도 1천 일 이상 생존하며, 70도 이상의 고열이 수 시간 동안 가해져야 박멸되는 만큼 섣불리 땅에 묻으면 ‘후폭풍’이 두렵다는 이유다. 즉, 연천군은 악취 피해를 줄이면서 매몰 작업이 진행될 수 있는 ‘빈 땅’을 찾다 A 군부대 부지를 택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A 부지는 민통선 이북지역으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의 적용을 받아 평시에 군(軍) 훈련인원ㆍ영농민ㆍ성묘객 등을 제외하면 엄격히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A 부지 선정은 정식적이고 구체적인 공문 절차 없이 군부대와 연천군 측이 ‘구두’로 진행해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A 부지가 비상주 감시초소(GP)이기 때문에 병력이 상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점’으로 작용한 상황인데, 일각에선 방역 당국이 안일한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북부권에서 가축 퇴비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20년 넘게 종사하면서 가축 살처분이 민통선 안에서 이뤄진 건 처음 들었다”며 “북한에서 멧돼지가 넘어와 ASF를 퍼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중에 구체적인 문서 없이 말로만 민통선 안 부지를 주고받는 건 방역 차원에서도, 안보 차원에서도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국방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11월7일자로 부지 사용 ‘승인’ 연락을 받았고 별도의 서류 등은 받지 않았다”며 “다만 국방부 내부에서 결재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측은 “A 부지 관련한 자세한 사안을 파악하고 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답하겠다”고 밝혔다.

정대전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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