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뚫은 ‘공고생의 반란’… 인천기계공고, 시설9급 공무원 ‘무더기 합격’
바늘구멍 뚫은 ‘공고생의 반란’… 인천기계공고, 시설9급 공무원 ‘무더기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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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25명중 16명 배출 쾌거 그동안 특성화고 싸늘한 시선
훌훌 털고 명문고 자존심 회복 저녁도 방학도 없이 공부 올인
교사들 개인시간 반납 학생지도 열정 값진 결실… ‘합격증’ 보답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9일 오후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2019년도 제2회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한 16명 중 이날 신체검사를 받았다는 도시과 고상진군(18)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상기된 얼굴이다.

인천기계공고는 올해 인천시 일반기계·일반전기 등 공업9급과 일반토목·건축 등 시설9급 공무원 선발시험에서 총 합격자 25명 중 16명을 배출했다.

최대 9:1의 경쟁률을 보인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합격자의 무려 64%를 한 학교에서 가져가는 쾌거를 이룬 셈이다.

그동안 인천지역 특성화고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특히 인천기계공고는 오랜 역사를 가진 명문고임에도 부정적 선입견을 받아야 했다.

인천기계공고 학생들이 보여준 눈부신 성과가 더 높게 평가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만난 8명의 학생을 비롯해 이번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은 저녁도, 방학도 반납하고 치열하게 공부에 매달렸다.

한창 놀기 좋아할 고등학생들이 집에가는 아이들을 보며 공부 열정을 태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좋은 성과가 나오자 아이들은 더 힘을 얻었다.

정밀과 엄태진군(18)은 “학원 같은 곳에서 모의고사를 볼 때가 있는데 항상 우리학교 친구들이 높은 성적을 보였다”며 “결과가 눈에 보이니까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동차과 이진한군(18)도 “처음 중학교때 특성화고를 가겠다고 하니 선생님도 말리셨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문계 친구들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모두 입을 모아 학교와 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입학한 후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썼다.

학생들이 갖고 싶은 직업이 있다고 하면 준비과정을 상세히 안내하면서 마지막 원서제출일까지 함께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민아 선생님(34)과 손수현 선생님(27)을 비롯해 많은 교사들이 개인 시간을 반납하고 학생들을 지원했다.

기술직 공무원 시험은 물리과목이 필수지만, 특성화고 교육과정에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뿐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부족한 물리부터 응시과목 전반을 지도했다.

수업이 끝난 후 쉬는시간에도,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아이들이 원한다면 선생님들은 망설임이 없었다.

올해는 방학까지 반납하고 고3학생들을 지원했다.

윤민아 선생님은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방학 때고, 그때 직업 선택의 대부분이 결정됐다”며 “아이들이 더 나은 삶과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방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생들과 의논해 방학 중 학습을 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보면 자식같고, 조카같은 마음이 든다”며 “아이들이 열심히 따라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다른 학생들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손수 밥까지 지어 먹인 선생님들의 노력이 인천기계공고를 특성화고 중 최고 명문으로 키워낸 셈이다.

특히 인천기계공고는 전문적인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 인성을 갖춘 이 시대의 인재를 키워낸다는 마음으로 모든 학교구성원이 학생들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김창율 교장은 “특성화고 미달사태가 반복하고, 뿌리산업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지고 있지만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학교 뿐 아니라 모든 특성화고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부모들은 특성화고에 보낸 아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인식전환의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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