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극한 즐거움 ‘낭송의 발견’
삶의 지극한 즐거움 ‘낭송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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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는 소리처럼 듣기 좋은 소리 없어
논어·맹자 등 삶과 연결해 배울점 발표
아이들 매순간 깨어나 행복의 주인 됐으면
▲ 박희정

“호모 큐라스란 자기 배려를 하는 사람, 즉 자신의 욕망과 호흡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 고전 낭송을 통해 내 몸과 우주가 감응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양생법이다.”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

이 세상에 글 읽는 소리처럼 듣기 좋은 소리가 없다. ‘낭송은 삶의 지극한 즐거움’이라는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고3 고전 수행평가 항목에 낭송을 넣었다. 교재 뒤에 부록으로 인, 자기배려의 기술(논어), 인의예지는 사지와 같다(맹자), 싸우지 않고 이겨라(손자병법), 얼굴이 추위를 견뎌내는 까닭(동의보감의 외형 편), 가난한 것이지 고달픈 것이 아니오(장자) 5편을 외우기 좋게 편집해 3분 말하기를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문장을 외우는 동시에 우리 삶과 연결해 배울 점을 발표하라고 했더니 쉬는 시간마다 쪽지를 들고 외우는 학생들이 많았다. 드디어 뚜껑이 열렸다. 아이들이 교실의 주인이 돼 목소리를 높이니 나까지 흥이 넘친다.

장자를 선택한 아이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녹나무를 유연하게 타던 원숭이가 가시 많은 탱자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것은 원숭이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이듯 코로나19로 대입과 취업이 막막해진 것은 학생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문제이기에 자기 자신을 더 잘 배려해 이 시대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을 맺는다. 손자병법을 택한 학생 역시도 귀 기울일 말을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요, 상대의 성채를 공격하는 것이 최하라고 하면서, 인간관계에서도 친구와 싸울 때,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관계를 해치는 거라며 교우 관계에 적용한다. ‘얼굴은 왜 추위를 타지 않는가?’란 동의보감을 외운 학생의 소감도 남다르다. 남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굳이 그 원인을 물어 얼굴 가죽의 특성을 알아내는 황제의 질문이 매우 본받을 만하다고 소감을 전한다. 인체의 혈기가 모두 얼굴로 올라가기 때문에 얼굴 피부는 두껍고 살갗은 단단하다는 대답도 잘 암송한다. 맹자를 선택한 아이는 측은지심과 더불어 조지 플루이드 사건과 연결지어 인간다움에 대해 역설한다. 아이들 모두 수업의 주인공이 돼 자기 목소리를 자기 몸에 담아 삶의 나침반으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무기력하게 엎드려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작년에 위탁을 갔다가 명장시대라는 유명한 베이커리에 취직한 선배 이야기도 전했다. 자신이 자신을 돕지 않으려는 무조간(helplessness)에 빠질 때, 내일에 대한 희망 없음(무망)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그래도 눈을 마주치고 단 한 번이라도 깨어나려 노력하면 뜻하지 않은 곳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옴에 대해 사례를 들어 말해줬다.

수업은 혼자서 할 수 없다. 멍석을 깔아줘도 학생들이 하지 않겠다고 하면 도루묵이다. 3학년 2학기에도 위탁을 갈 수 있냐고 쉬는 시간에 따라와 묻는 아이가 있음에 다음 시간에는 책상에 엎드리지 않고 깨어 있기를 소망한다. 더불어 이 어려운 시대에 자기 배려를 통해 매순간 깨어나서 행복의 주인이 된다면 낭송 수업은 그것으로 목표를 달성한 것이 아닐까?

박희정 의정부 발곡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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