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그날과 우리, 경기도미술관 [흰 밤 검은 낮] 展
70년 전 그날과 우리, 경기도미술관 [흰 밤 검은 낮]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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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금, '조국의 자유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발췌
고산금, '조국의 자유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발췌

오래된 사건은 남겨진 사람의 기억과 기록으로 변주된다. 남겨진 자들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면, 우린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지난달 29일 개막한 경기도미술관의 기획전 <흰 밤 검은 낮>은 우리에게 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6ㆍ25’를 우리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자고 한다. 현대미술 작가 14명(팀)이 참여해 41개 작품(총 180점)을 선보인다.

▲ 신학철 〈한국현대사- 6 · 25 통곡〉
신학철 〈한국현대사- 6 · 25 통곡〉

전시명은 한강 작가의 『흰』에 나오는 문구를 차용했다. 전시를 기획한 구정화 큐레이터는 “국토 전체가 전쟁터로 변하고, 민간인들이 서로 고발하고, 그 당시를 산 이들은 어제와 같은 일이 오늘도 발생했다”며 “완벽한 낮도, 완벽한 밤도 없는 그 하루가 70년 전 역사적 사건 만나기 위한 적절한 하나의 태도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전쟁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겨울나무집 사람들, 분단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경기 지역의 풍경을 담은 ▲흰 도시, 전쟁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함께 추는 춤으로 구성됐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과 남북의 체제 대결 과정에서 희생되고 감춰진 이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인다.

월북 작가 이태준의 기행문을 필사한 고산금 작가의 〈조국의 자유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원작으로 김금숙 작가가 재창작한 동명의 그래픽노블 〈나목〉의 원화가 전시됐다. 민중미술에서 ‘시대정신’의 의미를 되새긴 문영태 작가의 〈심상석 78-3〉(1978)을 비롯해 한국 앵포르멜 운동의 주역인 하인두 작가의 〈상〉(1958), 〈인간 애증〉(1975), 〈만다라〉(1982)도 많은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실향민 3세대인 작가 한석경은 설치 작품 <늦은 고백>을 통해 외할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통해 현 세대가 전쟁을 바라보게 한다. 한석경 작가는 “전쟁과 분단을 겪은 외조부의 삶을 가지고 와 이러한 역사의 한 조각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면서 “한국전쟁과 분단에 대해 다음 세대가 인지하고, 지금도 이러한 역사가 지나가고 있다는 공감을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최민화 '1951.1' 2007
최민화 '1951.1' 2007

경기도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된 신작도 전시됐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지였던 고양시 금정굴의 이야기를 담은 김무영 작가의 〈금정굴 프로젝트>, 파주의 적군묘를 촬영한 전명은의 사진작품 <적군의 묘> 시리즈도 처음 공개됐다.

구정화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월북 작가, 예술가, 평범한 여성들, 학살 희생자의 유족들과 실향민의 이야기가 참여 작가의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관람자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또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의 온라인 예약제를 통해 제한된 인원으로 관람할 수 있으며, 내년 2월 14일까지다.

▲ 한석경 '늦은 고백' 2020
한석경 '늦은 고백' 2020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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