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 위즈, 마지막 기사에 ‘실망’을 쓰게 하다
[사설] KT 위즈, 마지막 기사에 ‘실망’을 쓰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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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의 역사 쓰기는 여기까지였다. 13일 두산 베어스에게 0대 2로 패했다. 플레이오프 게임 성적 1승 3패다. 고척 스카이돔을 찾은 KT 팬들이 박수를 보냈다. 정규리그 2위라는 기록을 써온 한 해였다. 코리안 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했어도 박수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많은 수원시민들도 경기를 지켜봤다. 가정에서, 호프집에서 모여 열광했던 시민들이 많다. 모두에게 오래 두고 기억할 가을이었다. 그런데도, 아쉬움은 있다.

PO를 더 잘 할 수는 없었을까. 두산 베어스와의 단기전은 도무지 답답했다. 첫 경기는 두산 외국인 투수 플렉센에게 완전히 막혔다. KT 소형준이 멋진 승부를 폈지만 타선이 꽁꽁 묶였다. 2차전은 더 아쉬웠다. 데스파이네를 선발로 내세우고도 졌다. 5전 3선승제 큰 결론은 사실상 그때 났다. 3차전은 쿠에바스의 역투로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4차전에서 또다시 패하며 코리안 시리즈 진출 티켓을 두산에 넘겨줬다.

시즌 9승7패로 두산에 앞서던 KT의 경기력이 아니었다. 타선은 침묵했고, 수비는 불안했다. 이해 못 할 투수 교체는 패배로 직결됐다. 전체적으로 정규시즌과 전혀 다른 팀처럼 보였다. 전문가들은 KT의 경험 부족을 얘기했다. PO를 처음 겪는 긴장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켜본 팬과 시민의 마음은 달랐다. 그것만으로 설명 안 될 무기력이었다. PO 뒤에 ‘뭔가 문제 있는 운영이었다’는 평가가 많이 들려온다.

때마침 괴소문도 스멀스멀 나돌았다. 내용은 이렇다. ‘구단이 KS 진출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선수들 몸값이 너무 높아지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선수 협상을 위해 여기까지가 좋다고 보고 있다’…. 사실이 아닐 것이다. 설마 그랬겠는가. 그런데도 소문이 나돈 것은 경기를 졌기 때문이다. 그 내용이 정규시즌에 비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라는 게 그렇다. 패배에는 늘 분석과 뒷말이 따른다. 패자에 오는 운명과도 같다.

구단의 성급함이 보이긴 했다. 10월26일 이강철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3년간 총액 20억원의 특급대우다. 이 감독에 애초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다. 이걸 2023년까지 당긴 선(先) 계약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두 번밖에 없던 파격이다. 이런 대형 계약을 가을 야구 시작 전에 했다. 감독은 넉넉히 받고, 선수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한 가을 야구가 됐다. 그리고 결과가 안 좋다. 소문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KT 위즈가 준 행복이 컸던 한 해다. 코로나로 침체된 지역 사회에 던진 역동성도 장했다. 감독에서 선수에 이르는 모든 면면이 그 주역이었다. 그렇다고, 앞의 시즌 선전이 뒤의 PO 졸전까지 평가 못 하게 해선 안 된다. 정규리그에서 기쁨을 줬지만, PO에서 그 기쁨만큼의 아쉬움을 준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선수단의 경험 없음’을 지적하지만 ‘구단의 경험 없음’도 함께 지적돼야 할 교훈이라고 우리는 본다. 이제 KT의 2020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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