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평군의 화장장 공모 실험, 주목한다
[사설] 양평군의 화장장 공모 실험,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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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와 화성시의 광역 화장장 충돌은 2015년 시작됐다. 화성시가 추진한 입지가 인근 수원시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 간 충돌은 지자체 간 충돌로 이어졌다. 이후 공군비행장 이전 갈등으로 비화하며 악화했다. 현재 두 지자체는 전에 없는 냉전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화장장 건립과 관련해 지방 자치 역사에 남은 안 좋은 예다. 여론 악화를 이끈 정치권도 지적돼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화장장 시설 행정이 그만큼 어렵다.

과정에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다. 서울시는 장지동 추모 공원 건립에 14년 걸렸다. 7년 동안 소송을 진행했고, 430차례나 주민과 대화했다. 그래서 화장장 건립은 어느 지자체에나 뜨거운 감자다. 특히 표에 이끌리는 선출직 단체장에게는 더욱 그렇다. 가급적 이슈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거나 타지역 화장장 사용 등에 매달린다. 그런 통상의 예와 작금에 추진되는 양평군의 화장장 정책은 사뭇 다르다. 정공법으로 간다.

시작부터 공개와 공모를 원칙으로 했다. 지난 5월 공설장사시설 건립 촉진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7월에는 공설장사시설 건립추진위도 꾸렸다. 현재는 공설장사시설 후보지를 공개모집 중이다. 유치 신청이 접수되면 현지조사, 타당성 용역 등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과 내용은 공개된다. 재정지원금 60억원 등 십수 건의 인센티브 보따리도 준비해 놓고 있다.

우리가 가장 평가하는 것은 투명한 접근이다. 화장장 등 주민 기피 시설 정책에는 보안이라는 이름의 밀실 행정이 횡행했다. 기초 구상 단계부터 공개될 경우 발생할 사회적 마찰을 우려해서다. 바로 이 부분이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불신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넉넉한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웠다. 양평군의 이번 시도는 적어도 이런 투명성에 있어서도 상당한 신뢰를 얻으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평군이 당면한 화장 문제는 심각하다. 이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것도 중요하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양평군에서는 2018년 1천114건의 장례가 있었다. 화장 선택이 951건으로 화장률이 85.4%에 달한다. 이런 수요를 지역에서는 감당할 수 없다. 성남으로 가고, 용인으로 가는 유족이 많다. 심지어 춘천, 인제, 강릉까지 가기도 한다. 화장장을 못 구해 4일, 5일장을 치르기도 한다. 군민 30%가 최우선 현안으로 화장장 마련을 꼽았다.

이런 절박함을 군민은 잘 알고 있다. 군은 여기에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바람직한 결론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아울러 이런 정직한 행정이 주민의 옳은 평가를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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