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사과는 반성 아닌 秋 격려였다
[사설] 대통령의 사과는 반성 아닌 秋 격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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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했다.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 혼란스러운 정국을 초래하는 등 국민께 걱정을 끼쳐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밝힌 내용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극한 대립에 대한 첫 번째 사과다. 대통령의 사과는 그 자체로 중요한 통치 행위다. 절대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국민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그토록 원했던 것도 그래서다.

대통령의 이번 사과는 악화하는 여론에서 비롯됐다. 추ㆍ윤 충돌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다. 지난주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이후 더욱 기울었다. 7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7.4%였다. 전주보다 6.4%p나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5.2%p 오른 57.4%였다. 취임 후 최악의 수치다. 이 여론에 어떤 형태든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주목할 건 사과와 함께 나온 대통령 메시지다. 권력 기관 개혁을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공수처 출범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할 수 있는 개혁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정치권에 요구했다. 덧붙여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사과와는 사뭇 결이 다른 강한 의지가 역력하다.

같이 발표된 여론 조사에 이런 부분이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한 설문이다. 추 장관 사퇴에 44.3%가 동의했다. 윤 총장 사퇴에는 30.8%가 동의했다. 동반 사퇴 동의는 12.2%였다. 대통령 사과가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 부분도 감안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개혁의 대상을 검찰로 규정했고, 그 개혁의 추진 주체에 힘을 실었다. 적어도 추ㆍ윤 충돌에서만은 추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우연일까. 대통령의 사과 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법무부 발표가 나왔다. ‘윤석열 징계위원회를 10일 오전 10시30분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일부에서는 징계위 연기와 출구 전략 모색이라는 전망을 하던 차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원안대로 간다고 못을 밖은 셈이다. 대통령의 ‘개혁 강행’이라는 메시지가 법무부를 통해 ‘징계 강행’으로 현시화된 것이다. 모양새가 그렇다. 대통령 사과의 속뜻은 추미애 격려였던 것이다.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 선언으로 추 장관을 비난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시국선언으로 윤 총장을 비난했다. 판사들은 ‘판사 사찰’의 해석을 두고 대립을 보이고 있다. 국론 분열이다. 지금이 어떤 땐가. 코로나19가 공포로 비화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섰다. 곧 1천명대로 갈 것 같다고 한다. 정의되지 않은 검찰 개혁에 불 지필 때가 아니다. 눈앞에 놓인 국민 고통의 불을 끌 때다. 여러모로 아쉬움 큰 대통령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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