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녀 살해 후 자살’, 동반자살 아닌 살인이다
[사설] ‘자녀 살해 후 자살’, 동반자살 아닌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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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엄마 A씨가 두 딸(13세, 5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A씨의 친정어머니 B씨도 흉기에 찔린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위중한 상태다. A씨는 남편과 별거 중으로, 남편 진술과 유서 내용으로 볼 때 가정불화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부모가 자녀를 먼저 살해한 후 자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사건도 그렇다. 가정불화나 경제문제, 신변 비관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자녀의 목숨까지 함께 앗아가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내와 자녀 둘을 살해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남편은 목숨을 건졌다. 그는 “빚 때문에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고 했다. 2019년 5월엔 시흥시의 한 농로에서 어린 자녀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빚으로 생활고를 겪다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5월 김포시 한 아파트에서 10세 남자아이가 연탄가스에 중독돼 숨졌다. 그의 어머니는 다용도실 완강기에 목을 매 숨졌다. 남편과 별거 중인 여성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아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에 대해 얼마 전까지 ‘가족동반 자살’이란 용어를 썼다. 하지만 최근엔 ‘자녀 살해후 자살’로 용어를 바꿨다. 가족동반 자살은, 자녀를 자신의 생명에 대한 고유한 권리를 가진 독립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녀 살해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세계아동구호 비정부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은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 결정에 의해 생명권을 박탈당하는 범죄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 예방을 촉구한 바 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은 개별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자녀 살해후 자살은 사회가 다원화되고 개인화됐다지만, 여전히 ‘가족은 하나’라는 강한 가족주의 문화에 갇혀 자녀를 소유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홀로 남겨진 자녀가 살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그릇된 애정도 한몫하고 있다.

자녀 목숨을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비극이 악순환된다. 부모라도 자녀의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다. 그렇잖아도 아동학대가 심각한데 인식 변화가 확산돼야 한다.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르지 않게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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