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법 개정 1년, 실효는 글쎄…“코로나로 바빠서”
학폭법 개정 1년, 실효는 글쎄…“코로나로 바빠서”
  •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 입력   2021. 01. 10   오후 2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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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엄정 대처를 위해 지역 교육청의 역할이 강화되었으나 시행 1년여 만에 인력 부족, 업무 과중 등 이유로 실효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이 개정되면서 2019년 9월1일부터 학교장의 자체 해결 절차가 법제화됐다. 또 2020년 3월1일부터는 기존에 각 단위학교별로 설치됐던 자치위원회가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로 이관돼 운영됐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만 조용히 처리됐던 학교폭력 사안이 지난해 1학기부터 지역교육청 업무로 넘어오고 학교장의 책임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 및 선도ㆍ징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 분쟁조정 등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1년차가 되면서 지역교육청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역에 따라 학폭 처리 사안이 몰리면 인력 부족, 업무 과중 등으로 사건 처리 기간이 오히려 과거보다 길어진다는 것이다. 또 학교도 적극적 협조를 하지 않아 분쟁조정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지역 교육청이 관할하는 학교와 학생 수가 많은 대도시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경기도교육연구원 등 관계기관은 지난해 9월28일부터 10월14일까지 학폭법 개정 이후 학교폭력 대응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에는 경기도내 교육청 관계자와 교원, 학부모 등 1천44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학교폭력 사건 10건 중 6건은 여전히 학교에서 자체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교육청 학폭위로 이관된 사건은 34.3%, 학교장 자체해결제로 처리한 사건은 65.7%였다.

지난해 경기남부지역 A초등학교에선 정신 질환을 앓는 한 학생이 또래 친구를 때리고 Wee센터 상담을 받다 상담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교 교사는 “학폭법을 보면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지역교육청에 이관하지 않아도) 학교장 자체해결제로 처리하고 그 결과만 지역교육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우리 학교 폭행 사건은 비교적 큰 사안이라 지역교육청에 넘어갈 법 했는데도 학교장이 알아서 처리했다”며 “사실 학교폭력에 경미하고 중대한 사안이 어디 있느냐.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라도 학폭 사안을 지역교육청이 모두 맡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지난해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교육지원청의 업무가 방역 등으로 더욱 가중되고 학교 역시 등교수업 축소와 온라인수업 시행 등으로 수업 업무조차 버거웠을 거라는 주장이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교육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미지수지만 학교폭력 대응에 관해선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구체적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골자는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검증된 인력이 참여하는 학폭위 구성 ▲교육지원청 학폭 담당 인력 수급 확보 등이다.

이근영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학폭위 개정 이후) 제도 도입 시점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와 맞물렸다는 상황을 감안해 해석해야 하지만 교육지원청 학폭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선 법률전문가 배치 등이 요구되는 건 사실”이라며 “학교장 자체해결제와 관련해서도 담임교사 등의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수업시수 조정 등을 모색하거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모두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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