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시작됐다, 재난지원금 정치 셈법
[사설] 또 시작됐다, 재난지원금 정치 셈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새해 첫 주 정치 풍향계는 어땠을까. 이재명 경기지사는 치고 나갔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견제했고, 유승민 의원은 틈새를 비집었다. 각축이 벌어진 마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이었다.

정 총리의 견제는 7일 있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글이다. “더 이상 ‘덜 풀자’와 ‘더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지사의 지역화폐 사용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 단위에서까지) 굳이 지역 화폐를 써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표현은 그답게 완곡했다. 하지만, 이 날 글이 이 지사를 견제 또는 지적하는 의도라는 분석에는 이견이 없다. 아니었다면 쓸 이유도 없다.

앞서 이 지사는 300여명의 국회의원과 기획재정부에 편지를 보냈다. 재난지원금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행정 책임자인 총리로서 이런 ‘월권’에 견제구를 날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곧바로 정치적 의미도 더해졌다. ‘정 총리가 움직인다’는 주석이다. 그는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의 수장이다. 이낙연 대표의 지지도가 최근 지지부진하다. 친문을 등에 업고 대선 가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지사의 답도 예사롭지 않다. 표현은 더 없이 완곡했다. ‘정세균 총리님 고맙습니다. 주신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는 제목이다. 읽어 보면 내용은 다르다. 2천자가 넘는 장문의 글 전면에 절제된 공세가 역력하다. 할 얘기 다하고 있고, 곳곳에서 충고도 던지고 있다. 둘의 문답은 언제 터질지 모를 충돌의 예고로 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보여서였을까. 소속 정당이 다른 유승민 의원이 난데없이 이 틈에 끼어들었다. 별 반응은 없었지만.

재난지원금은 정치인들엔 더 없는 표밭이다. 전 국민에 돈을 주는 합법적 기부 행위다. ‘현금 싫다’할 유권자가 어디 있겠나. 그 위력은 이미 지난해 총선에서 확인됐다. 코로나 창궐에 허덕이던 여당이 코로나 지원금으로 급반전했다. 사상 최대 여당 압승이라는 결과로 증명됐다. 대선 후보라면 당연히 뛰어들고 싶은 마당이다. 그리고 논쟁 흐름은 대개 같은 방향으로 간다. 더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돈을, 더 많은 국민에 주자고 싸운다.

이걸 뭐라고 할 건 아닌데. 기재부가 또 한 번 제동을 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대했다. 10일 아침 TV에 출연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논의 자체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혹 주더라도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부의 재원은 화수분이 아니다’는 표현까지 썼다. 물론 이 목소리는 정치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 매번 홍 부총리의 걱정은 정치의 위력 앞에 눌려왔다.

2021년 정치가 시작한 재난지원금 토론 마당. 또 한 번 ‘퍼주기와 더 퍼주기’라는 뻔한 경쟁이 시작될 듯하다. 이 속에서 무슨 합리성과 책임감을 찾겠는가. 국가와 국민, 현재와 미래, 정치와 도리를 섞어서 고민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기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