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 안전망 없어 무너진 이 사람에게...우리 사회, 끝까지 냉담했던 것 아닌가
[사설] 사회 안전망 없어 무너진 이 사람에게...우리 사회, 끝까지 냉담했던 것 아닌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일보를 통해 딱한 소식이 전해졌다. 묻지마 폭행 피해자의 무너진 삶이다. 2018년 8월 시작된 불행이다. 한 아파트 화장실 앞에서 40대 남자가 폭행을 당했다. 1시간 가까이 계속된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서로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였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었다. 이날 사고로 피해자는 전치 18주의 중상을 입었다. 복부 개복 수술까지 받았고, 기저귀를 차야 하는 평생 장애를 얻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까지 진행됐다.

그 피해자가 엊그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폭행 피해 2년 5개월여 만에 이른 파국이다. 본보는 2018년 당시 폭행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당시 취재 기자가 피해자와 보도 이후에도 소통해왔다. 피해자는 자주 극단의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달 말, 마지막 통화를 했다. 여기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얘기했다. 단체 또는 기관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 단체, 기관들이 제 역할을 했는지도 유언처럼 전했다.

법이 정한 구조 정책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이나 그 유족에게 국가가 구조금을 주는 범죄피해자구조제도다. 피해자가 중상해를 당했고, 가해자가 배상하지 않는 이번 경우가 해당된다. 수원 지역 범죄피해구조심의회가 이런 사실을 가려냈다. 피해구조금, 장애 구조금, 자녀 학자금 등으로 1억1천여만원이 지급될 수 있게 역할을 했다. 법이 정한 최대 구조금 1억3천만원에 가깝다. 제대로 가동됐다고 본다.

하지만, 아닌 곳이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측면에서 실망스런 얘기가 나온다. 상담 등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막아야 하는 집단의 역할이 가동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어려움을 반복해 호소하자 귀찮아했다는 증언이 남아 있다. 믿어지지 않는 막말 수준의 응대로 있었다는 고인의 주장도 있다. 폐쇄 공간에서 갇혀 지내는 피해자다. 죽음만큼 힘든 현실을 상담할 유일한 출구였을 것이다. 그런 곳의 역할이 제대로 안 됐다는 말이다.

한국의 인구당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자살을 막기 위한 사회적 장치는 많다. 피해자가 마지막까지 호소했던 곳은 대표적 자살 예방 기구다. 그런 단체가 고인에겐 어떤 도움이 됐을까. 사회 안전망이 부족해 난데없이 폭행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장애를 얻었다. 그렇게 무능한 가장이 됐다. 당연히 우리 사회가 보호하고 책임질 최우선 피해자다. 그에 마지막 눈에 그 기구와 그 상담원은 어떻게 비쳤을까. 냉담하지 않았을까.

피해자는 숨졌지만 모두 밝혀야 한다. 이건 유언 담긴 호소를 들은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