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좋아할 거야”…경기지역 잇따르는 ‘물귀신’ 마약 강제투약 사건
“너도 좋아할 거야”…경기지역 잇따르는 ‘물귀신’ 마약 강제투약 사건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1. 01. 21   오후 6 : 45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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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연합뉴스

#1. 지난 20일 112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떨리는 10대의 목소리는 “누나가 남자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원치 않는 마약을 투약당했다”며 도움을 청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해 추적에 나섰고 결국 A씨(25)는 투약 사실을 털어놨다. A씨는 지난 18일 수원에 있는 자택에서 여자친구 B씨(19)와 필로폰을 주사했고, 이 과정에서 상해를 입은 B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강제투약 여부를 살피기 위해 B씨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2. 불과 하루 전인 19일 안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C씨(19ㆍ여)는 서른 살 연인과 함께 단원구에 위치한 남자친구의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 환각상태에 빠진 이들은 C씨의 중학교 시설 후배인 D씨(18ㆍ여)에게 ‘위험한 초대장’을 전했다. C씨가 있는 곳에 도착한 B씨는 약에 취한 두 사람에게 붙잡혀 강제로 마약을 주사당했다. 정신이 혼미해진 D씨는 남자친구에게 ‘살려 달라’고 연락했고, C씨 커플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억지로 마약을 주사하는 과정에서 강제추행 혐의점까지 포착된 상황, 경찰은 특수상해 등 추가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최근 경기지역에서 다른 사람에게 마약을 강제로 투약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마약 강제투약은 성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앞서 지난해 3월 포천에서는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마약을 강제로 투약한 뒤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50대 남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남성은 2019년 8월 예비 며느리를 외진 곳에 위치한 펜션으로 데려간 뒤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며 팔에 주사기를 꽂았다. 범행 현장에서는 다량의 주사기와 발기부전치료제 등이 발견됐다.

이 같은 문제는 ‘버닝썬 사태’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작은 단순폭행 사건에 대한 폭로였지만, 경찰 수사결과 마약을 강제로 투약해 성폭행으로 이어진 전말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2019년 4월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마약을 투약하거나 제공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20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의 강제투약은 성범죄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크지만, 초범의 경우 기소유예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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